미 대법원, 영주권자 중죄인의 추방 이민법에 위헌 판결
【서울=뉴시스】 김재영 기자 = 미국 연방 대법원이 ‘가중처벌 중죄’를 범한 영주권자를 이민 원국으로 영구 추방한다는 이민법을 ‘위헌’이라고 판결했다.
18일 뉴욕 타임스에 따르면 미 대법원은 필리핀 원적의 영주권자 수감자가 연방 정부를 상대로 낸 이민법 조항 위헌 소송에서 5 대 4로 영주권자의 손을 들어주었다.
미국으로 이민 와 영주권의 그린 카드를 받은 뒤에 중죄를 범해 형기를 복역한 후 문제의 조항에 의해 원래 나라로 추방된 사람들이 수천 명에 달한다. 대법원 판결로 의회가 조항을 개정하면 모를까 이제 영주권자 중죄인은 ‘머나먼’ 옛 조국으로 추방될 염려가 없다.
미국 법은 보통 대부분의 범죄가 ‘중죄’에 해당될 만큼 중죄가 흔한데 이민법이 추방 조건으로 내세운 ‘가중처벌 가능 중죄’가 아주 애매모호하게 추상적으로 서술된 것이 문제였다.
“위법행위를 하는 과정에 사람이나 타인의 재산에 물리력을 사용한 실체적인 위험이 본질적으로 동반된 범법 행위”로 가중 중죄 행위가 규정되어 있다.
연방 법무부를 상대로 위헌을 제소한 영주권자는 필리핀에서 이민 와 13살 때인 1992년 영주권을 받았으며 2007년 주택 강도로 형을 산 범죄자였다.
미국의 수천 만 명 이민자 사회에 큰 의미가 될 이 위헌 판결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 직후 지명해서 공화당의 핵옵션 투표 절차로 어렵게 인준을 통과한 닐 고서치 대법원판사 덕이다.
트럼프와 공화당은 1100만 명의 불법 체류자를 몽땅 추방시키고 싶어하는 반 이민 기조가 강하며 고서치 판사는 최강 보수 성향이 눈에 띄어 지명됐다.
취임 후 보수 우익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던 고서치 판사가 이번에 대법원의 진보 4인방에 뜻밖에 가세한 이유는 단 하나로 “법 조항이 모호하다”는 원론적 판단 때문이었다. 고서치는 판결문 첨언에서 “모호한 법은 자의적인 권력을 초대한다”고 말하고 있다.
보수 단체들은 판결 후 “미국 땅에서 성폭행, 납치, 강도 짓을 한 비시민권자(alien)들을 몰아낼 방도가 사라졌다”고 비난했다. 진보 성향의 대법원판사들은 “자동차 절도, 미성년과의 합의 성행위 같은 것도 어떤 판사는 해당 중죄로 보고 어떤 판사는 그렇지 않게 본다”고 지적해왔다.
진보적인 뉴욕 타임스는 대법원판사 9인 중 보수 성향 평가에서 흑인 클래런스 토머스 판사와 함께 1,2위를 다투던 고서치 판사의 일시 전향에 초점을 맞추고 기사를 쓰고 있다.
그러나 한국계 등 이민자 사회는 판결 내용에 환호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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